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                                                                                                                  [사진=SK텔레콤 ]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                                                                                                                  [사진=SK텔레콤 ]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제도가 지난해 7월 19일부터 건축물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로써 정보통신설비의 안전과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특히 정보통신설비의 생애주기에 대한 관리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렇지만 유지보수·관리제도가 건실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정보통신설비 소유자 또는 관리자(관리주체)의 이해 부족, 무분별한 저가 입찰 등 당면 현안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게 다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상당수 관리주체, 규정 잘 몰라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문제는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제도에 대한 관리주체의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보통신공사업법 및 하위법령, 정부 고시에 따르면 관리주체는 반기별 1회 이상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유지보수·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관리주체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자(설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며, 해당 업무를 정보통신공사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다. 관리주체가 설비관리자를 선임 또는 해임한 경우 반드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와 함께 관리주체는 연 1회 이상 성능점검을 실시해야 하며, 정보통신공사업자 또는 용역업자에게 성능점검계획의 수립과 성능 점검을 정보통신공사업자 또는 용역업자가 대행하게 할 수 있다.

아울러 관리주체는 성능점검을 완료한 뒤 그 결과를 정보통신설비 성능점검표에 그 결과를 기록하고 5년간 보존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에서 점검 기록의 제출을 요청하는 경우 관리주체는 성능점검표를 제출해야 한다.

관리주체의 의무 사항 미이행에 따른 과태료 규정도 숙지해야 한다. 주요 내용을 보면 관리주체가 정해진 기한 내에 설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거나 전문업체에 관련업무를 위탁하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성능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관리주체도 같은 액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하지만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관리주체는 관계 법령의 내용을 잘 모르거나 관련 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지보수·관리 및 성능점검 업무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느슨할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이 관련 서류에 대한 형식적인 점검에 그칠 것이므로 ‘보고용’ 또는 ‘제출용’ 자료만 잘 갖추고 있으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보통신설비의 유지보수·관리 및 성능 점검이 의례적인 보고서 작성 업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밖에 일부 관리주체의 경우 유지보수·관리 및 성능 점검에 필요한 자료를 정보통신공사업자 및 용역업자에게 제공하는 데 매우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자료=업계 의견 종합]
                                                                                                                                             [자료=업계 의견 종합]

■ 초저가 거래로는 정상 업무 불가능

적정 대가 기준과 동떨어진 저가 입찰 관행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관리주체가 유지보수·관리 및 성능점검 대가를 연 300~50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그 가격이면 당장 계약하겠다”는 식의 배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유지보수·관리와 성능 점검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려면 적정 수준의 기술인력 투입과 장비 운영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연 5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업 대가로는 관련 업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일부 정보통신공사업자나 용역업자가 당장의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초저가로 사업을 수주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이로 인해 적정 수준의 기술 인력을 투입해 사업을 수주하려는 건실한 업체들까지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ICT 전문가들은 유지보수·관리 및 성능점검 시장에 저가 입찰 및 덤핑수주 구조가 굳어지면 적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전문인력 투입이 위축되고 점검 기록을 형식적으로 작성하는 잘못된 관행이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계약은 일선 현장에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고 형식적인 업무 수행에 치중하게 만든다”면서 “적정 수준의 인력과 장비를 갖춘 업체가 품질을 지키려 할수록 가격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결국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위험 요소를 발견하지 못한 채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유지보수·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정보통신기술자의 전문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 계측장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기준이 미비하다는 점 등도 지속적으로 개선, 보완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제도 안착을 위한 핵심 과제

다수의 ICT전문가들이 유지보수·관리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핵심과제로 꼽고 있는 것은 크게 4가지다. 가장 시급한 것은 유지보수·관리제도에 대한 관리주체의 이해를 넓히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일이다. 유지보수·관리제도의 도입 취지와 효과, 관리주체의 의무 사항, 위반 시 제재 규정 등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홍보와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단순히 점검 기록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장 확인과 계측 결과 검증, 점검 기록에 대한 신뢰성 확보 등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유지보수·관리를 형식적인 서류 작성 업무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적정 대가 산정을 유도하고 덤핑 입찰 관행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대가 산정 기준에 대한 제도적 효력을 강화하고 부실한 업무 수행 업체에 대한 제재 등 정책적 수단이 요구된다.

하지만 낮은 가격 위주의 계약 관행은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심각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에 올바른 시장 질서 확립에 대한 업계 전반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저가 입찰 문제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장기적으로 유지보수·관리 제도 적용 대상을 공동주택(아파트)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아파트는 정보통신설비 이용 밀도가 높고 대부분의 생활공간이 주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특징이 있다. 이에 아파트도 유지보수·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제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 중요성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계자는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체계적인 유지보수·관리는 국민의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관리주체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 사항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제도와 정책이 옳아도 운영이 잘못되면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유지보수·관리제도 전반을 세밀하게 다듬어 건축물 정보통신설비의 안전과 성능,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기틀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